|
이전블로그
2009년 12월2009년 11월 2009년 09월 2009년 08월 2009년 07월 2009년 06월 2009년 05월 2009년 04월 2009년 03월 2009년 02월 more... 이글루 파인더
최근 등록된 트랙백
"Think Different" 광고..by 독한 하루 피아니즘의 두 얼굴 by 독한 하루 봄을 기다리며 by 독한 하루 최근 등록된 덧글
정말 의외로 많으시군요...by 허용 at 11/24 흐흐 이미 소장하고 있.. by 허용 at 11/24 ㅎㅎ 그렇죠. 공항에 '놀러.. by 허용 at 11/24 100% 공감합니다. 그래.. by ryan at 11/24 실용서는 공부하는 와중.. by 허용 at 11/23 다가오는 설에 귀국하면.. by 허용 at 11/23 전 올해 24, 내년에 시 한.. by santiago덕현 at 11/23 '애먼' ... 이 단어가 .. by 허용 at 11/20 포토로그
|
지난(!) 여름 박물관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이 지역의 문화재들을 공부하고 직접 답사한 뒤에 어린이들 스스로 ‘문화재 카드’를 만들어 보는 내용이었다. 떠들썩하게 홍보하지 않아서 신청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참가자가 다 차지 않을 것 같아 시청을 통해 인근 공부방을 섭외했고, 6명의 공부방 아이들이 참가하게 되었다. 모두 3일 동안 진행되었는데, 그 동안 그 공부방 아이들을 지켜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그 아이들은 우선 주의력이나 집중력부터가 떨어진다. 선생님들의 말도 잘 듣지 않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혼자서 시끄럽게 떠들지 않으면 아예 말수 없이 어떤 것에도 도통 흥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주위가 산만한 아이들이 조금 있구나 했는데, 가만히 보니 그런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은 모두 공부방에 다니는 아이들이었다. 그 친구들 덕에 모둠을 인솔하는 선생님들 속이 많이 탔다. 나중에 프로그램을 끝내고 뒷풀이 하는 자리에서 한 남자 선생님은 무심결에 주먹이 올라갈 정도였다고 했다. 답사를 다니는 동안 그 아이들과 더 가까이 부대끼며 유심히 하는 행동들을 살펴보니.. 아이들은 굶주려 있었다. 교내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그 아이들의 먹성은 대단했다. 보통 어른들이 먹는 양과 버금가는 음식을 먹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랬는데, 그 아이들은 그렇게 배만 고픈 게 아니라 따뜻한 정에도 굶주려 있었다. 음식을 많이 먹는 것도 어쩌면 그런 굶주림에서 오는 건 아닐까도 싶었다. 시끄럽게 떠드는 것도, 거친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것도, 말 없이 구석에 박혀 있는 것도 모두 선생님들이나 주위 친구들의 관심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내내 말없던 한 아이가 조용히 내 곁엘 오더니 손톱을 세워 내 팔뚝을 주욱 긁고 가는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다만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를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을 배우지 못했을 뿐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어했고 그 관계에서 오는 따뜻한 충만감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유난히 선생님 곁에 찰싹 붙어서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에게 신경쓰지 못하도록 하는 모습도 자신에게 부여된 관심이나 애정이 빼앗기는 걸 두려워 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공부방 아이들은 그렇게 사람의 정에 굶주려 있었던 거다. 3일간의 프로그램을 마치고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날, 다른 아이들은 웃으며 인사하고 또 보자고, 언제 또 어린이 교실 하느냐고 묻는데, 그 아이들은 공부방 차가 오자 선생님과 새로 사귄 친구들을 버리듯이 뒤로 하곤 저희들끼리 티격대며 차에 올라탔다. 서운함보다는 너무 쉽게 관계를 단절시켜 버리는 모습에 또 어딜 가서 허겁지겁 거칠게 그 굶주림을 채우려나.. 안타까웠다. 내년에는 공부방 아이들만 데리고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볼 생각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