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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은 상을 당한 사람들에게 숨 돌릴 겨를을 주지 않는다. 슬퍼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천천히 오랫동안 깊게 슬퍼하라는 배려 아닌 배려인지도 모른다. 슬픔은 오래 가는 것이다. 죽은 이는 오랫동안 기억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슬퍼할 여유없는 장례식은 슬픔으로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인지도 모른다. [2008. 3. 13] (사촌동생의 장례식장에서)
행복한 가정, 행복한 삶이 과연 무언지, 슬픔없는 삶은 과연 가능하기는 한 건지.. 아빠의 소박한 바람.. 어쩌면 쉬울 수도 있는 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많은 행운과 노력과 복이 있어야 하는지 이제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모두 죽는다. 하지만 아름답고 행복하게, 정말 노을이 지듯이 아름답게 죽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소망인지 이제는 조금 가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죽음을 준비할 여유조차 없는 생이 강요되는 현실이 분노스럽고 안따깝다. 이제, 나 스스로를 놓아야 한다. 스스로의 욕망과 욕심과 심지어 꿈마저도.. 어쩌면, 그런 모든 바람을 놓아버려야 황혼의 노을처럼 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애쓰지 말자. 애써 얻으려 하지도, 애써 인정받으려 하지도 말자. 뭔가를 이루겠노라 안달하지도 말 것이며, 뭔가를 얻지 못했다고 애닳아 하지도 말자. 엄마가 살아계시는 동안은, 정말 그 동안만은 엄마에게 더이상 우환과 애환이 없도록, 편안히 자식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웃으며, 뛸 듯 기쁘지 않더라도, 조용하고 잔잔한 마음으로 지난 생을 추억하고 그리워하실 수 있도록, 그렇게 편안하게 당신의 인생을 바라보며 사실 수 있도록 하자. [2008. 3. 13] 삶이 수학문제가 아닌 다음에야 정석이란 건 없다. 모두 특정한 조건과 상황에 맞는 특별한 경우의 수만이 있을 뿐이다. 정답이나 정석이 있다고 기대하고 그걸 찾아 익힌 후 적용하려 하지만, 사실.. 그런 건 없다. 유일한 정답으로, 그렇게 닫혀 버리면 일상은 얼마나 숨막히겠는가! 모든 삶은 일상이라는 무수히 다른 경우의 수들로 이루어진 단순합집합일 뿐이다. [2008 3. 29] 모두가 나 같진 않다. 그러니 섣부른 기대는 애초부터 마라. [2008. 5. 7] 악역과 악인.. 조직 안에서 혹은 특정한 상황 속에서 악역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악역(惡役)을 맡았다고 해서 그가 악인(惡人)인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선한 사람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내화한 조직 혹은 일의 목표가 어떤 이의 목표와 상충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선한 사람으로 남고 싶은 사람에게도 악역을 행해야 할 때가 있다. 선택할 수밖에 없고, 난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어떤 이가 악역을 맡은 나를 악인으로 대하는 상황에 이르니.. 황당하고 실망스럽다. 그 사람뿐만 아니라 나의 사람보는 눈이 실망스럽다. 그리고 한편으론, 내가 악역을 맡기도 하다니 참 많이 변했구나..싶다. [2008 10. 14] 이제 겸손해지고 있다는 느낌..? 그러니까 내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는 자각.. 그게 패배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안주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안정을 찾게 되는 것일까? [2008. 11. 16] 박물관에서 평소에는 유물 연구하고 전시 때는 기획하고.. 그렇게 살면 좋겠다만, 다만 불안정한 지위와 박봉이 걸릴 뿐이다. 박봉이야 어떻게 되겠지만, 불안정한 지위가 나의 능력을 제한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2008. 11. 20] 한 사람의 죽음 앞에 보이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슬픔이란 죽은 이를 위한 것이 아닐 경우가 많다. [2008.12.15] (고모의 장지(葬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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