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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잠깐 언급한 책-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에는 '단순성, 복잡성, 학습된 단순성'이라는 앎의 세 가지 단계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요근래 전시를 준비하면서 포스터나 전시패널 등 디자인이 중요한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소위 '학습된 단순성'과 '일차원적인 단순성'을 착각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어린 아이의 사고는 단순하다. 성인(聖人)의 사고 역시 단순하다. 하지만 둘의 단순함은 다르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예컨대 후자의 단순함이 학습된 단순성이라 할 수 있다. 둘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뭐가 없는 것과 많은 요소가 정제되어 뭐가 없어 보이는 것은,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그저 외형적인 유사함만으로 둘의 차이를 무시하거나, 정제의 노력이나 과정 없이, 뭣도 없는 것으로 손쉽게 학습된 단순성을 흉내내려는 태도는, 사실 '꼬라지'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촌스럽다'. 촌스러움과 세련됨의 차이는 그런 정제의 노력과 과정에 있지, 화려한 장식이나 눈에 띄는 색깔 따위에 있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단순함은 디테일(세부적인 요소)에서 비롯된다. 단순하니까 세부적인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세부적인 것들의 완성도가 세렴됨을 결정짓는다. 수많은 세부적인 것들이 정제된 상태가 진짜 단순함인 것이다. 그래서 세련된 것들은 결코 단조롭지 않다. 정제된 단순함 안에 수많은 세부적인 것들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런 단순함이나 세련미를 추구하는 것이 탐미적인 취향에 불과하다거나, 배부른 짓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세련의 과정을 즐기고 결과적인 차이를 감수(感受)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가깝게는 요즘 '붓 돌리는 재미'에 흠뻑 빠져 계시는 엄마가 그렇다) 또 그렇게 단순미를 추구하고 감수하는 것이 쉬운 줄 알지만, 혹은 쉬운 듯 보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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