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而不思卽罔 思而不學卽殆' -『論語』
by 허용 이글루스 피플
이전블로그
2009년 12월
2009년 11월
2009년 09월
2009년 08월
2009년 07월
2009년 06월
2009년 05월
2009년 04월
2009년 03월
2009년 02월
more...
이글루 파인더
최근 등록된 트랙백
"Think Different" 광고..
by 독한 하루
피아니즘의 두 얼굴
by 독한 하루
봄을 기다리며
by 독한 하루
최근 등록된 덧글
생각할수록, 시간이 지..
by 허용 at 12/31
연말에 좋은 글을 올려줘..
by 보노보노T at 12/30
정말 의외로 많으시군요...
by 허용 at 11/24
흐흐 이미 소장하고 있..
by 허용 at 11/24
ㅎㅎ 그렇죠. 공항에 '놀러..
by 허용 at 11/24
100% 공감합니다. 그래..
by ryan at 11/24
실용서는 공부하는 와중..
by 허용 at 11/23
다가오는 설에 귀국하면..
by 허용 at 11/23
포토로그

허용의 포토로그
rss

skin by 네메시스
정보공유라이선스
레비-스트로스


지난 달 ‘그’ 레비-스트로스가 100살이 되었다고 한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인물이었다. 며칠 전 그에 관한 뉴스를 접하고서 사실, 적잖이 놀랐다. 학부 때 처음 그의 이론을 배울 때 그는 이미 노학자였고, 그의 책 역시 이미 고전의 축에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아직 살아 있었다니...! 나만의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이론은 비슷한 시기에 접했던 알튀세르나 발리바르, 혹은 푸코의 이론들처럼 뭐랄까 ‘최신’으로 다뤄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90년대 초 달라진-사실은 크게 달라진 바도 없었지만-상황을 해석하기 위해 새로운 이론들, 특히 프랑스의 이론들을 수입할 당시 그의 사고나 사상은 역시 고전의 수위에서만 다뤄졌던 것 같다. 고리타분한 신화를 주재료로 삼은 그의 이론들이 현재적, 혹은 정세적 분석틀로는 썩 ‘쌈박’하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런 쌈박하지 않는 것에 시대나 유행을 뛰어넘는 뭔가가 있다.


우연인지 마침 사무실 책상 위에 꽂혀 있는 그의 책 [신화를 찾아서 Myth and Meaning]를 꺼내 읽었다. 1977년 12월-딱 이맘때겠다- CBS 라디오와의 대담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짧은 분량에다 영문 텍스트가 함께 편집되어 있어 영어 공부도 할 겸 샀던 기억이 난다. 갈피에 끼워져 있는 영수증을 보니 2000년 12월 29일, 정확히 8년 전 오늘 구입한 책이다. 묘한 우연이다. 자료로부터 시작되는 공부의 재미를 잃어가고 있는 이 즈음, 그런 우연으로부터, 혹은 신화에 대한 내 오래된 관심으로부터 새로운 공부의 재미를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며 눈에 들어온 대목을 옮긴다. 쌈박하지 않는 그의 사고는 바야흐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고름이 곪아 오르는 지금에야 비로소 그 혜안을 밝히는 듯 하다.


사실, 차별성은 우리에게 정말로 많은 것을 가져다 줍니다. 진보란 차별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아마도 소위 과도한 교통over-communication으로, 이를테면 세상의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정확히 하나의 시각으로 보려고 하는 경향입니다. 하나의 문화가 진정으로 문화가 되고 무엇인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 문화와 그 문화에 속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독창성을 확신하며, 어느 정도는 다른 문화보다 자신들 문화의 우수성을 믿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것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은 오직 과소한 교통under-communication하에서 뿐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단지 소비자로서의 존재, 다시 말하면 모든 독창성을 잃어버리고 세계의 모든 지점, 모든 문화에서 모든 것을 소비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는 위협하는 것입니다.


사족.. 93년 이후로 연구를 비롯한 일체의 대외활동을 중단한 레비-스트로스는 현재 파리의 자택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며 지내고 있단다. [신화를 찾아서]를 보면 노년의 그가 왜 유독 ‘오페라’를 즐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어릴 시절 그는 작곡가가 되어 오페라를 작곡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책에서 그는, 자신에겐 오페라를 작곡할 수 있는 ‘유전적인 기관’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노라고 고백한다. 아직도 소년의 꿈을 꾸고 있는 100살의 노학자라니!!!
(100번째 생일을 맞아 사르코지 대통령의 방문을 받은 레비-스트로스. 사진은 모두 한겨레에서..)



사족 하나 더.. 영화 [벼랑 위의 포뇨]에서 포뇨의 본래 이름은 ‘브륀힐데’다. 그 이름은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에 등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독일의 중세 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에 등장한다.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하고 지크프리트를 사랑하게 되는 오페라 속 브륀힐데는 아빠의 감금을 뚫고 육지로 올라가는 포뇨와 닮았고, 포뇨가 해일 위를 달리며 소스케를 찾아가는 귀엽고도 웅장한 장면은 오페라의 마지막, 라인강물이 넘쳐 저주 받은 반지가 강물로 되돌아가는 장면과 겹친다. 하야오의 신화적 상상력과 귀여운 포뇨의 정체 역시 레비-스트로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by 허용 | 2008/12/29 19:28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huhyong.egloos.com/tb/402491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08/12/30 11:0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허용 at 2008/12/31 10:26
저도 제대로 읽어보진 못했습니다. 그저 그의 영향을 받은 다른 사상가들을 통해서만 접했을 따름이죠. 이참에 그 '슬픈 열대'를 집어볼까 하고 있습니다만.. 청주와 오뎅은.. 누구 하나를 더 끼울까요? 그럼 힘을 받을 수도..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